부품 공급 끊겠다며 장기계약 요구, 지위 남용일까
COLUMN · 공정거래·불공정거래행위
작성 2026. 11. 3. | 로엘법무법인 김유진 변호사
핵심 부품을 한 곳에서 사 오는 제조사에게 공급사가 장기계약을 맺지 않으면 물량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보다는 불리한 조건이라도 서명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2026. 10. 27. 공급 중단을 수단으로 최소구매 약정이 든 장기계약을 맺게 한 부품 공급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에 불복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이 본 거래상 지위와 불이익의 기준, 그리고 비슷한 요구를 받는 제조사가 확인할 점을 정리합니다.
Q. 부품 공급을 끊겠다며 장기계약을 요구하면 거래상 지위 남용인가요? 그렇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6두31449 판결은 대체가 어려운 핵심 부품의 공급을 멈춰 최소구매·차액배상 약정이 든 장기계약을 맺게 한 행위를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불이익 제공으로 본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시장 1위라는 사실보다 제조사가 공급사를 바꾸기 어려운 사정이 판단의 중심이었습니다. |
공급을 멈춰 장기계약을 받아낸 사건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스마트기기용 무선통신·연결 부품 일부 품목에서 세계 1위인 공급사들이었고, 한 스마트기기 제조사는 이 부품 대부분을 원고들에게서 사 왔습니다. 제조사가 2019. 9.경 주력 스마트폰 일부에 경쟁사 부품을 쓰자, 원고들은 2020. 2.경부터 구매주문 승인과 선적, 기술지원을 멈추는 방식으로 장기계약 체결을 압박했습니다.
제조사는 2020. 3. 장기계약을 맺었고, 계약에는 일정 금액 이상을 사야 하며 모자라면 차액을 물어 주는 약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10. 6.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했습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과징금 액수는 판결문에 나오지 않아 이 글에서도 다루지 않습니다.
1위라서가 아니라 '바꿀 수 없는 사정'이 지위를 만듭니다
거래상 지위는 상대방보다 우월하거나 적어도 상대방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시장 상황, 양측의 사업능력 격차, 거래 상품과 거래관계의 특성을 모두 함께 보아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원심은 제조사가 이 부품을 전제로 설계와 생산라인 배치, 인증을 진행해 다른 부품으로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과 큰 전환비용이 든다는 점을 중시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제조사는 보통 2~4주치 재고를 두는데 새 부품 발주에는 12주 이상 걸렸고, 부품을 쓰려면 공급사의 펌웨어와 기술지원도 필요했습니다.
| 쟁점 | 원심이 든 주요 사정 (대법원 수긍) |
|---|---|
| 거래상 지위 | 핵심 부품, 대체 시 큰 시간·전환비용,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상황 |
| 불이익 제공 | 최소구매·차액배상으로 부품 선택권 제한, 상쇄할 이익 없음 |
| 부당성 | 공급 중단이라는 이례적 수단, 경쟁 부품 배제 목적 |
| 과징금 기준 매출 | 약정 이행을 위해 실제 구매한 부품 거래의 매출액 |
최소구매·차액배상 약정이 불이익 제공이 된 이유
불이익 제공이 되려면 조건이 다소 불리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구입 강제나 판매목표 강제와 같은 수준으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거래조건을 정한 것이어야 합니다. 원심은 이 장기계약 때문에 제조사가 다른 업체 부품을 쓰려던 계획을 취소하거나 줄이고, 다음 해에 쓸 부품을 미리 사는 부담까지 졌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최소구매 약정에 제조사의 자발적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불이익을 메울 만한 이익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당성 판단에서는 공급을 임의로 멈춘 수단이 매우 이례적이었고, 원고들도 계약이 제조사 의사에 반해 맺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경쟁 부품을 막아 장기간 독점 공급하려는 목적과 경쟁 업체들의 거래기회가 줄어든 효과도 함께 반영되었고, 원고들이 특화 투자 손실 때문에 계약을 맺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거래처가 불리한 장기계약을 요구한다면
이 사건은 구법이 적용되었지만, 같은 행위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 제6호와 같은 법 시행령 [별표 2] 제6호 라목(불이익제공)이 규율합니다. 위반하면 계약조항 삭제 같은 시정조치(제49조)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의 4% 이내 과징금(제50조 제1항)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업자가 쓸 수 있는 수단도 법에 있습니다. 누구든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고(제80조 제2항),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으면 법원에 침해행위의 금지·예방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며(제108조),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09조 제1항). 위반행위가 끝난 날부터 7년이 지나면 공정위가 처분할 수 없다는 점(제80조 제4항)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필자가 납품 분쟁을 상담하다 보면, 거래가 끊길까 봐 요구 과정을 기록하지 않고 계약서만 남겨 두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번 판결에서 공급 중단 경위와 계약의 자발성이 중요하게 다뤄진 만큼, 요구가 오간 메일·회의록과 대체 공급처 검토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입니다. 하도급 거래라면 하도급법 위반은 공정위가 고발해야 재판이 열립니다와 납품 승인용 도면이 기술자료가 될 때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거래상 지위는 시장점유율보다 상대방이 거래처를 바꾸기 어려운 사정으로 판단됩니다. 둘째, 공급 중단을 수단으로 받아낸 최소구매·차액배상 약정은 불이익 제공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피해 사업자는 신고와 금지청구, 손해배상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의 일방적인 계약 요구로 고민하고 계신가요? 계약서와 발주·공급 내역, 요구가 오간 메일이나 회의록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6두31449 판결 — 대법원 판례속보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제49조·제50조·제80조·제108조·제109조 [시행 2026. 10. 2., 법률 제22043호] / 같은 법 시행령 제52조·[별표 2] [시행 2026. 3. 24., 대통령령 제36220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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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진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건설·부동산·지식재산권·공정거래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에 기재된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했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2020. 12. 29. 전부개정 전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사건이며, 현행 규정은 2026. 11. 3.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조문 기준입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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