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한 하루 지난 백신 접종, 자격정지일까

COLUMN · 행정 / 의료

작성 2026. 11. 3. | 로엘법무법인 박지윤 변호사

진료실에서 유효기한이 하루 지난 백신을 아이에게 접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 그 의사는 면허 자격정지를 피할 수 없을까요.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 사용은 법령상 처분 사유로 적혀 있어,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곧바로 자격정지가 따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10월, 이런 접종을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로 보아 자격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로 자격정지 사유인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정리합니다.

Q. 유효기한이 지난 백신을 한 번 접종했다면 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가 되나요?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 사용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한 유형이지만, 그것만으로 곧바로 자격정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6두30919 판결은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한 자격정지는 '심하게' 손상시킨 경우에만 가능하고, 행위의 경위·결과·반복성·사후조치 등을 종합해 따져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유효기한 하루 지난 백신 한 번, 어떤 사건이었나

판결문에 따르면 의사인 원고는 2023. 1. 10. 생후 6개월 영아에게 유효기한이 하루 지난 B형간염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아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지만, 이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취소됐고 그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확정됐습니다.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은 2024. 12. 10. 같은 행위를 이유로 1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다시 했습니다. 원고는 이 행위가 자격정지에 이를 만큼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것은 아니라며 소송을 냈고, 서울고등법원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쟁점원심(서울고등법원)대법원
평가의 중심기한 지난 의약품의 위험성
환자 신뢰 훼손
경위·결과·반복성·사후조치
종합 판단
고의·과실중대한 과실 인정직원 분류 실수가 개입
고의 아님
결론품위를 심하게 손상
처분 적법
심하게 손상한 정도는 아님
파기환송

품위 손상은 '심하게' 손상시킨 때만 자격정지 사유입니다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한 의사면허 자격정지는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경우로 한정됩니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는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는 품위 손상 행위의 하나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듭니다.

이 사건 처분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별표의 처분기준 중 유효기한이나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에 관한 항목을 근거로 했습니다. 대법원도 이들 규정에 따르면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 사용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원심은 기한이 지난 의약품 처방은 그 자체로 환자 건강에 위험을 줄 수 있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크게 저버린다고 보았습니다. 또 고의는 아니어도 중대한 과실이 있고, 행정제재는 위반자에게 고의·과실이 없어도 부과될 수 있다는 이유를 더해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심하게'를 따로 따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개념은 넓고 추상적인 반면, 자격정지 대상은 그중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경우로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는 진료행위의 내용, 행위자의 인식과 관여 정도, 반복성, 공중보건이나 환자 안전에 미친 영향, 문제가 드러난 경위, 행위 후의 태도와 사후조치입니다. 이를 종합해 의료법의 목적과 의료인에 대한 사회의 기대·신뢰에 상당히 어긋나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접종이 유효기한으로부터 만 하루가 지나기 전이었고 아이에게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던 점, 의사가 약 2시간 뒤 기한 경과를 알고 곧바로 보호자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재접종을 안내한 점을 들었습니다. 보건소 조사에서 경위를 숨기지 않은 점, 위반이 1회뿐이고 직원의 분류 실수가 개입된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확인할 것

이 판결은 처분기준에 적힌 유형에 해당하더라도 '심하게' 손상했는지는 별도로 다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필자가 행정처분 상담을 하다 보면 처분기준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다툼을 미리 포기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사실 확인 직후의 조치와 진술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필자 해설).

다만 이 판결이 기한 지난 의약품 사용을 문제없다고 본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로 볼 수는 있다고 했고, 반복되거나 환자에게 피해가 생긴 경우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필자 해설). 의사의 형사 문제가 면허로 이어지는 경우는 대리수술 시킨 의사, 환자가 다치면 가중처벌에서 다뤘습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돼 다시 심리되며, 환송 후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한 자격정지는 '심하게' 손상시킨 경우로 한정됩니다. 둘째, 유효기한 지난 의약품 사용이라도 경위·결과·반복성·사후조치를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셋째, 대법원은 하루 지난 백신 1회 접종에 대한 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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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6두30919 판결 — 대법원 판례속보
· 「의료법」 제66조 [법률 제21490호, 시행 2026. 10. 2.] /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대통령령 제36083호, 시행 2026. 2. 10.] /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보건복지부령 제1168호, 시행 2026. 4. 1.]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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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의정부 근무 / 형사·군형사 사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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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판례속보 공개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와 의료기관은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로, 환송 후 결론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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