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먼저 낸 보험사, 과실비율 합의 없이 구상될까
COLUMN · 보험·손해배상
작성 2026. 10. 30. | 로엘법무법인 한민경 변호사
두 대 이상의 차량이 얽힌 교통사고에서는 피해자의 치료가 길어지는 동안 한 보험사가 치료비를 먼저 내고, 나중에 다른 차량의 보험사와 나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실비율을 두고 보험사끼리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먼저 낸 보험사는 상대 보험사에 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2026. 3. 12. 선고 2025다207326 판결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판결문을 기준으로 보험사 사이의 구상 기준을 정리합니다.
Q. 과실비율 합의 없이 피해자 치료비를 먼저 낸 보험사도 다른 차량 보험사에 구상할 수 있나요? 구상할 수 있다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그대로 수긍했습니다.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다207326 판결은 보험회사들이 맺은 과실비율 분쟁 상호협정과 시행규약이 회사들 사이의 계약으로서 소송에서도 판단 기준이 되고, 과실비율 협의가 구상 청구의 선행조건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어린이보호구역 사고에서 1억 원 넘는 치료비를 먼저 낸 보험사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12월, 승합차에서 내린 8세 어린이가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다 콘크리트믹서트럭에 부딪혀 복벽이 찢어지고 장골이 골절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승합차에는 어린이 승하차를 알리는 점멸등 등이 작동하지 않았고, 운전자 외에 승하차를 확인할 보호자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트럭의 보험사는 2020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피해자에게 치료비 약 1억 580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이후 승합차의 보험사와 승합차 운전자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습니다.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은 트럭 운전자의 부담 부분을 뺀 나머지를 구상할 수 있다고 보았고, 두 운전자의 내부 책임비율을 트럭 30 : 승합차 70으로 정했습니다.
보험사들 사이에는 '먼저 보상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약속이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자는 피해자에게 연대해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민법」 제760조 제1항). 그래서 한 차량의 보험사가 피해자 손해를 먼저 모두 보상하고, 상대 차량 몫은 나중에 받아 내는 구조가 생깁니다.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제3자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보험자대위(「상법」 제682조 제1항)도 이 판결의 참조조문에 올라 있습니다.
판결문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보험회사들과 손해보험협회는 과실비율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려고 상호협정을 맺고 시행규약을 두었습니다. 시행규약은 과실비율을 협의해 함께 보상하는 공동 보상과,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한 회사(선처리사)가 먼저 보상한 뒤 상대 회사(후처리사)에 구상하는 우선 보상을 따로 규정합니다.
| 구분 | 공동 보상(시행규약 제41조) | 우선 보상(시행규약 제42조) |
|---|---|---|
| 전제 | 회사들 사이에 과실비율 협의가 이뤄진 경우 | 협의 없이 선처리사가 먼저 보상한 경우 |
| 정산 방식 | 과실비율에 따라 함께 보상 | 후처리사에 과실비율에 따른 분담액 구상 청구 |
| 치료가 긴 대인사고 | — | 치료기간 3개월 초과 시 3개월 이상 단위로 구상 가능 |
대법원이 과실비율 협의를 구상의 조건으로 보지 않은 이유
상대 보험사는 상호협정이 소송에는 적용되지 않고, 과실비율 협의가 먼저 있어야 구상할 수 있다고 다투었습니다. 대법원은 상호협정과 시행규약이 협정회사들 사이의 계약이므로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당사자 회사들이 따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협정이 모든 협정회사에 적용된다고 정할 뿐 소송에서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구상금 소송의 업무처리 기준까지 두고 있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시행규약 제41조는 협의가 된 경우의 공동 보상, 제42조는 협의 없이 먼저 보상한 경우의 우선 보상에 관한 규정이라고 체계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선처리사가 보험금을 먼저 내는 것은 나중에 구상한다는 전제 위에 있으므로, 협의가 있어야만 구상할 수 있다고 보면 선처리사의 권리를 침해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이라는 협정의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트럭 30 : 승합차 70의 책임비율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보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원심이 이 비율을 정한 구체적 이유는 대법원 판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사고 당사자와 보험 담당자가 확인할 것
필자가 교통사고 보험 상담을 하다 보면, 과실비율이 확정될 때까지는 보험사끼리 정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여기는 분을 종종 봅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상호협정의 적용을 받는 보험사 사이에서는 과실비율 협의가 없더라도 먼저 보상한 보험사의 구상 청구가 가능하고, 이 사건에서도 운전자들의 책임비율은 그 구상 소송에서 법원이 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상호협정에 따른 보험사 사이의 구상을 다룬 것이며, 협정 밖의 일반 민사상 구상 요건이나 피해자가 받을 금액은 판단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내부 책임비율은 사고 경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사진처럼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일찍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필자 해설). 자차 보험의 자기부담금 정산은 쌍방과실 사고, 자기부담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에서 다뤘습니다.
피해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의 공단 구상은 보험 한도를 다 썼다면, 건보공단 구상은 어디까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보험사들의 과실비율 분쟁 상호협정과 시행규약은 회사들 사이의 계약으로 소송에서도 판단 기준이 됩니다. 둘째, 과실비율 협의는 구상 청구의 선행조건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수긍했습니다. 셋째, 운전자들 사이의 내부 책임비율은 법원이 형평에 따라 정하고, 이 사건은 30 : 70이었습니다.
사고 경위 자료, 보험사 지급 내역, 과실비율 협의·심의 관련 서류, 자동차보험 증권을 함께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다207326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760조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 「상법」 제682조 [시행 2026. 9. 10., 법률 제2104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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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보험회사와 사고 장소는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상호협정과 시행규약의 내용은 판결문에 소개된 범위로만 적었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상고기각 판결입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보상과 정산은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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