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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인출책, '미필적 고의'의 법적 한계선과 입증책임

인출책, 혹은 전달책으로 불리는 하부 조력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시선은 온정주의적 태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능화·고도화에 발맞춰 검찰과 법원은 '몰랐다'는 항변을 변명으로 치부하며 단호한 처벌 기조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가담 경위의 참작 여지가 넓게 인정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사회 통념상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묵인하고 범행을 지속했다면 미필적 고의를 사실상 당연히 인정하는 추세다.

사기 및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되는 인출책 사건의 핵심 쟁점은 '미필적 고의' 성립 여부다. 대법원은 고의의 인정에 반드시 범죄사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예견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위험을 인식·예견하면 족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검찰이 미필적 고의 입증을 위해 제시하는 정황은 정형화되어 있다. SNS나 텔레그램을 통한 비정상적 구인 경로, 금융기관 직원 사칭이나 보안카드 양도 등 누가 봐도 수상한 업무 지시, 단순 현금 수거·송금에 수십만 원 일당을 지급하는 과도한 수당이 결합하면 법원은 피고인이 정상적 금융 업무가 아님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자금 세탁이다", "합법적 채권 추심이다"라는 거짓말에 속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피고인의 학력, 사회 경험, 연령 등을 종합해 일반적 성인이라면 비정상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잣대로 삼는다.

인출책에 대한 기소는 단순 사기방조에 그치지 않고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히 지시 받은 돈을 인출·전달했더라도 그 행위가 보이스피싱 전체 구조에서 피해자 자금을 최종 확보하는 핵심 기능을 담당했다면 공동정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보이스피싱 사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피해액이 5억 원을 넘으면 가담 정도와 무관하게 법정형이 대폭 상향된다. 몇십만 원의 수당을 받은 인출책이 수억 원 피해 금액에 대한 형사 책임을 연대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를 피하려면 수사 과정에서 조직의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점,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으로서 단순 심부름만 수행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인출책 사건을 맡을 때 마주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피고인들이 초기 수사에서 법률 전문가 조력 없이 '진짜 몰랐으니 알아주겠지'라는 기대로 임하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수사 기관은 피고인의 무지를 순진함이 아닌 '묵인'으로 해석한다"라며 "혐의를 무조건 부인하는 것도 상책은 아니다. 속을 수밖에 없었던 '기망의 구체성'을 입증하고, 범행을 인지한 즉시 행위를 중단·신고하려 했던 정황 등 고의의 단절을 증명하는 고도의 법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필적 고의라는 추상적 개념을 깨뜨리는 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눈물이 아니라, 조직의 기망 행위와 자신의 인지 능력 사이의 인과관계를 철저히 해체해내는 객관적 증거와 논리적 변론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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