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떼기 계약, 농민이 지켜야 할 관리 의무
COLUMN · 계약
작성 2026. 10. 22. | 로엘법무법인 김벼리 변호사
배추 같은 채소를 수확 전에 밭째로 사고파는 거래를 흔히 밭떼기라고 부릅니다. 농민은 대금을 미리 받아 시세 걱정을 덜고, 상인은 싸게 물량을 확보합니다. 그런데 대금을 다 받은 뒤 작황이 나빠졌다면, 그 손해는 모두 상인이 떠안아야 할까요?
대법원은 2026년 6월, 대금을 전부 받은 농민에게도 반출 약정일까지 농작물을 관리하고, 예기치 못한 사정이 생기면 매수인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로 밭떼기 계약에서 농민과 상인이 각각 무엇을 책임지는지 살펴봅니다.
Q. 밭떼기로 대금을 다 받은 농민도 수확 때까지 밭을 관리해야 하나요? 네,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매도인인 농민은 반출 약정일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농작물을 관리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1948 판결은 용수·시비·방제·제초 같은 통상적 관리와 함께, 예기치 못한 과도한 비용이 생기는 경우 등에 매수인에게 알릴 통지의무도 포함된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
대금을 다 받은 뒤 상품성이 떨어진 배추밭 사건
이 사건은 배추 농민이 중개인을 통해 자신의 배추밭 7,000평에서 기르는 배추 전부를 7,000만 원에 상인에게 판 포전매매(밭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계약은 구두로 이루어졌고, 상인은 계약 당일 대금 전액을 지급했으며, 농민의 관리의무에 관해서는 따로 약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확한 배추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자 상인은 농민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항소심)은 대금이 완납된 이상 그 뒤의 재배 위험은 상인이 진다고 보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농민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중개인에 대한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이 본 매도인의 관리의무와 통지의무
밭떼기 매도인은 대금을 받았더라도 반출 약정일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농작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그 내용을 물 대기, 비료 주기, 병해충 방제, 김매기처럼 해당 작물 재배에 통상 요구되는 수준의 관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경작 중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경우 등에는 매수인이 대응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도,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관리의무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민법」 제2조 제1항, 제390조).
원심이 근거로 삼은 위험부담은 적용 범위가 좁습니다. 대법원은 천재지변이나 통상의 관리를 크게 넘는 병충해처럼 양쪽 모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손실에 한해, 잔금을 받은 뒤에는 매수인이, 그 전에는 매도인이 위험을 진다고 정리했습니다.
| 손해의 원인 | 누가 책임지나 |
|---|---|
| 천재지변·통상 관리를 넘는 병충해 | 위험부담 문제 — 잔금 수령 후에는 매수인, 그 전에는 매도인 |
| 통상 관리 소홀 | 대금을 다 받았어도 매도인의 관리의무 위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문제) |
| 필요한 사정을 알리지 않음 | 통지의무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음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 |
작황 부진이 위험부담인지 관리 소홀인지 가른 사정
대법원은 이 사건의 손해를 단순한 작황 위험이 아니라 관리의무 위반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먼저 상인이 주장한 수익은 판매대금에서 수확·출하비용을 뺀 약 547만 원으로 매매대금의 약 7.8%에 그쳤고, 원인이 천재지변 등 쌍방 책임 없는 사유라고 볼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상인이 낸 사진에서 매수한 밭의 배추는 전반적으로 상태가 나빴지만, 농민이 따로 기르던 인근 밭의 배추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고 두 밭의 재배환경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볼 사정도 없었습니다. 농민은 이 점에 대해 해명 없이 위험은 매수인 몫이라는 주장만 이어 갔습니다.
통지의무 위반의 여지도 지적되었습니다. 생육 상태가 매우 나쁘다면 매수인이 비용을 들여 약을 치거나 비료를 더 줄지 정할 수 있게 알렸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준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다시 심리하라고 한 것이고, 배상 책임과 액수는 환송심에서 정해지며 그 결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밭떼기 계약 전후 농민과 상인이 챙길 것
밭떼기 계약은 가능한 한 서면으로 남기고, 관리 범위와 반출 약정일을 적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53조 제1항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하는 채소류 등 저장성 없는 농산물의 포전매매를 서면으로 하도록 정하고, 같은 법 제90조 제2항 제1호는 이를 어긴 매수인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53조 제2항은 특약이 없으면 매수인이 계약서상 반출 약정일부터 10일 안에 반출하지 않을 때 그 기간이 지난 날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보되, 약정일 전에 지연 사유와 반출 예정일을 서면으로 알린 경우는 예외로 합니다. 제3항은 표준계약서에 준해 계약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상인은 반출 일정을, 농민은 관리 내용을 계약서와 기록으로 맞춰 두어야 합니다.
필자가 계약 분쟁 상담을 하다 보면, 대금을 다 치렀으니 끝났다거나 다 받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다투게 되는 경우를 봅니다. 농민이라면 밭 상태가 나빠질 때 문자 등으로 매수인에게 알린 기록이, 상인이라면 수확 전후 사진과 출하 내역이 중요합니다. 계약 위반으로 생긴 손해배상의 범위를 다룬 다른 사례는 보증금 못 받아 날린 새 집 계약금, 집주인이 배상에서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밭떼기 매도인은 대금을 다 받았어도 반출 약정일까지 통상적인 관리를 해야 합니다. 둘째, 예기치 못한 과도한 비용이 생기는 경우 등에는 매수인에게 알릴 통지의무가 있습니다. 셋째, 매수인이 위험을 지는 것은 양쪽 모두 책임 없는 사유로 손실이 생긴 경우에 한정됩니다.
밭떼기 계약 분쟁을 검토하고 있나요? 계약서나 대금 지급 내역, 작황 사진, 상대방과 주고받은 연락 기록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1948, 201949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53조, 제90조 [시행 2026. 10. 2., 법률 제21490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 같은 날 발행 칼럼: 헬스장 양도 후 근처 재개업, 경업금지 위반
| 김벼리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부동산 분야 담당 · 임대차와 부동산 거래 칼럼 다수 집필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 신상은 적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매도인 부분을 파기환송한 것으로, 손해배상 인정 여부와 액수는 환송심에서 정해지며 그 결론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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