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뒤에 그 부동산을 팔았다면, 유언은 철회일까
COLUMN · 상속
작성 2026. 10. 15. | 로엘법무법인 편지희 변호사
부모가 유언장으로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나눌 비율을 정해 두었는데, 그 뒤 그 부동산을 팔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유언장에 적힌 비율이 매매대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아니면 유언이 사라지고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야 하는지를 두고 자녀들 사이에 다툼이 생깁니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유언의 목적물을 팔았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109조가 말하는 유언과 생전행위의 '저촉'이 무엇인지 이 판결로 정리합니다.
Q. 유언장을 쓴 뒤 그 부동산을 팔았다면 유언은 철회된 것인가요? 팔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철회로 보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은 유언자가 매매대금에도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되면 처분만으로 쉽게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으로, 최종 결론은 환송심에서 정해집니다. |
유언장을 쓴 뒤 그 땅을 판 아버지
이 사건의 망인은 2016년 11월, 자기 부동산을 자녀 4명에게 1.75/5, 0.95/5, 1.75/5, 0.55/5의 비율로 나눈다는 자필 유언증서를 썼습니다. 법정상속분대로라면 자녀들은 각자 1/4씩 받게 됩니다.
그 부동산은 이후 지역주택조합의 사업부지에 들어갔습니다. 망인은 2017년 조합의 토지용역대행사와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2019년 3월 조합과 다시 매매계약서를 썼습니다. 당시 망인은 췌장암 말기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계약 19일 뒤 사망했습니다.
자녀들은 부동산을 1/4씩 상속등기한 뒤 조합과 개별적으로 매매 합의를 하고 각자 같은 금액의 대금을 받았습니다. 유언장에서 많은 몫을 받기로 한 자녀가 유언의 효력 확인을 구했으나, 원심은 매도 행위가 유언과 저촉된다며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파기해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유언과 '저촉'된다는 것의 의미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이나 생전행위로 유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철회할 수 있고, 그 철회권은 포기하지 못합니다(「민법」 제1108조). 제1109조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면 저촉된 부분의 유언만 철회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저촉을, 앞선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으면 뒤의 행위가 유효할 수 없는 경우로 설명합니다. 법률상·물리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뒤의 행위가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임이 명백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이 기준은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에서 이미 제시된 것입니다.
같은 판결은 저촉 여부와 범위를 정할 때 유언자가 일부만 철회하려 했는지, 전부를 철회하려 했는지를 집행이 어려워진 부분과 관련지어 신중히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생전행위는 철회권을 가진 유언자 본인이 해야 하고, 타인이 명의를 빌려 임의로 처분한 것은 철회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이 매도를 철회로 보지 않은 이유
이번 판결은 유증 목적물을 처분했더라도 처분대금 같은 대상재산에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되면, 처분만으로 쉽게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대법원이 든 사정 |
|---|---|
| 유언의 취지 | 법정상속분과 다른 상속비율을 정하려는 뜻 매매대금은 형태만 바뀐 대상재산 |
| 유언 당시 사정 | 조합 설립인가 약 10개월 전 작성 매도로 대금을 상속할 가능성을 알았을 수 있음 |
| 매도 당시 사정 | 말기 암으로 입원 중, 19일 뒤 사망 대금을 생활비·증여 등에 쓰려던 사정 없음 |
대법원은 사업부지 안의 소유자는 조합과 계약하지 않더라도 법에 따라 매도청구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망인이 유언장을 쓸 때 이미 부동산 대신 대금이 상속될 수 있음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부동산은 유언대로 나누되 팔면 대금은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려 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법률전문가가 아닌 망인에게 대금에 관해 따로 유언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 매도는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매도를 전제로 대금을 달리 나누려는 의사를 보여 준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언 후 재산을 처분할 때 확인할 것
이 판결은 처분하면 무조건 철회라는 공식을 부정했을 뿐, 처분하면 항상 대금에 유언이 이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매대금을 생활비로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준 경우처럼 유언과 다른 처분 의사가 드러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필자가 가사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유언장을 써 둔 뒤 개발사업 등으로 재산을 팔았는데 유언장은 손대지 않은 경우를 종종 봅니다. 유언자라면 처분 뒤 대금을 어떻게 나눌지 새 유언으로 분명히 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사인증여에서도 저촉되는 처분이 철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사인증여도 철회할 수 있습니다에서 정리했습니다.
상속인 쪽에서는 유언장 작성 시기, 처분 경위, 당시 건강상태, 대금의 사용처처럼 유언자의 의사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법원도 이런 사정을 종합해 철회 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유언 후 생전행위는 유언과 저촉되는 부분만 철회로 봅니다. 둘째, 유언 목적물을 팔았더라도 대금에 유언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되면 처분만으로 철회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이 판결은 파기환송이어서 매매대금을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유언장이 있는데 그 재산이 팔렸나요? 유언장 사본, 매매계약서, 대금이 들어간 계좌 내역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 /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108조·제1109조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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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희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이혼·가사 사건 담당 · 가정법원 조정전담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으로, 매매대금의 분배 등 최종 결론은 환송심에서 정해집니다. 당사자 신상과 부동산 소재지 세부는 기재하지 않았으며,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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