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포고 구금, 소멸시효는 언제 시작되나
COLUMN · 민사 / 대구
작성 2026. 9. 14. | 로엘법무법인 이은비 변호사
오래전 국가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상담에서 먼저 부딪히는 벽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시효입니다.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지금 됩니까"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과거사 사건의 시효는 일반 사건과 다르게 계산됩니다. 대구지방법원이 2026년 9월 2일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공개한 판결이 그 계산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Q. 수십 년 전 국가의 불법행위로 입은 피해도 지금 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결정에 따라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는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계산하는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뿐이고, 그 3년은 피해자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부터 셉니다. 대구지방법원 2026. 6. 24. 선고 2026가단100992 판결도 같은 구조로 국가의 시효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1심이고 확정 여부는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
대구지법이 판단한 사안
대구지방법원 2026. 6. 24. 선고 2026가단100992 손해배상(국) 판결(비실명 처리본)에 따르면, 1980. 5. 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상황에서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같은 해 7월 29일 삼청계획 5호를 입안했고, 계엄사령관은 8월 4일 구 계엄법 제13조를 근거로 계엄포고 제13호를 발령했습니다.
같은 판결에 따르면 법무부는 1980. 8. 30.자로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지침'을 시행해, 1980. 9. 22.부터 1987년경까지 전국 교도소·구치소 수용자에게 미결·기결을 가리지 않고 하루 7~8시간씩 4주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한 학대행위가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1980년경 계엄포고를 위반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대구교도소·청주교도소에 구금되어 순화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그 상속인입니다. 법원은 위자료를 각 3,000만원으로 정하고, 사망한 피해자의 몫은 배우자와 자녀에게 3 대 2로 나누었습니다.
위헌·무효인 포고령의 집행은 국가의 불법행위입니다
출발점은 포고령 자체가 무효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8. 12. 28.자 2017모107 결정은 계엄포고 제13호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포고령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을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을 개별 공무원이 아니라 국가작용 전체에서 찾은 것입니다.
주목할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법원은 재소자신분카드만으로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음이 명백하다고 보아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과거사 사건에는 10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은 두 개의 시계로 움직입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으로부터 3년과 객관적 기산점으로부터의 장기시효입니다.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결정은 뒤쪽 시계를 과거사 사건에서 떼어냈습니다.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민법 제166조 제1항과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같은 결정은 주관적 기산점, 즉 3년은 그대로 둔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이 "이 사건에 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문제된다"고 적은 것은 이 결정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입니다.
3년은 요건사실을 인식한 날부터 셉니다
남은 3년의 출발점은 사건이 끝난 날이 아닙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20526 판결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로 새기면서,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부족하고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와 인과관계까지 안 날을 뜻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증명의 부담도 국가 쪽에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손해를 안 시기의 증명책임이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이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변을 배척한 것은 이 배분에 따른 것입니다.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건이라면 기준이 더 분명합니다.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05455 판결은 그 경우 기산점이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니라 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라고 보았습니다. 대구에서 오래된 기록을 다루다 보면 재소자신분카드나 수용기록 같은 공적 자료가 남아 있는지가 사건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구분 | 일반 국가배상 사건 | 과거사정리법 제3호·제4호 사건 |
|---|---|---|
| 주관적 기산점 | 안 날부터 3년 (민법 제766조 제1항) | 동일하게 적용 (2014헌바148) |
| 객관적 기산점 | 불법행위 시점부터 장기시효 진행 | 적용 위헌 (2014헌바148) |
| 증명책임 | 시효이익을 주장하는 자 (2019다220526) | 동일 (대구지법도 같은 배분) |
정리하면 셋입니다. 과거사정리법이 정한 사건 유형에는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고, 남는 3년은 요건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날부터 시작하며, 그 시점의 증명책임은 시효를 주장하는 국가에 있습니다.
가족이 과거에 부당하게 구금된 기록을 갖고 계십니까? 수용기록·신분카드·판결문 등 남아 있는 공적 자료를 먼저 확인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대구지방법원 2026. 6. 24. 선고 2026가단100992 판결 — 대구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2026. 9. 2. 게시, 비실명 처리본)
· 「국가배상법」 제2조·제8조, 「민법」 제766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결정 /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20526 판결 / 2020. 12. 10. 선고 2020다205455 판결 / 2018. 12. 28.자 2017모107 결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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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비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대구 근무 / 형사·부동산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공개된 판결문과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대구지방법원 판결은 1심이고 항소·확정 여부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판결문에 피고 주장으로만 등장해 요건을 서술하지 않았고, 피해자 수·소송 건수·평균 위자료액 통계도 확인하지 못해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형사 재심과 형사보상은 범위 밖입니다. 개별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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